[홍사종의 상상칼럼] 뒷동산 일본목련나무의 비밀
미래상상연구소 대표 (sjhong@sm.ac.kr)
필자의 고향집 뒷동산에 요즘 들어 많이 번성하는 나무는 일본목련나무다. 이 일본목련나무가 법정 스님이 쓴 책에는 후박나무로 몇차례나 언급된다. 그러나 스님이 말년에 기거하던 불일암 암자 뜰에 심어 놓고, 즐겨 보셨다는 나무는 사실은 ‘후박나무’가 아니라 바로 일본목련을 잘못 알고 부른 이름이다.
후박나무는 잎이 상록성이며 15㎝ 정도이고 꽃은 잎줄기 사이에 모여 달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반면 일본이 원산지인 일본목련의 잎은 40㎝ 크기의 낙엽성이다.
아무튼 법정 스님까지 후박나무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 이 일본목련이 필자의 집 경기도 화성 뒷동산에서 왕성한 번식을 하고 있다. 개화기인 5월 말과 6월 초순이면 마치 고급향수를 뿌려 놓은 것처럼 그윽한 향내를 골짜기에 뿜어 낸다.
아카시아나무가 금방 질리는 향기라면, 일본목련꽃 향기는 귀부인의 고고한 향취를 닮았다. 하얀 꽃송이가 수줍은 새색시처럼 크고 싱그러운 이파리에 몸을 숨긴 채 풍겨 내는 향기 위에 박새·꾀꼬리 등의 새소리가 살짝 얹혀지면 그 후각과 청각·시각이 어우러 내는 몽환적 분위기는 속세를 잊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그런데 이 놀라운 판타지아를 만들어 낸 일본목련나무들의 번성은 필자의 어린 시절만 해도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어머니에 의해 심어지고 어머니가 후박나무라고 잘못 가르쳐 준 일본목련나무는 딱 한그루만 집 뒤란에서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50여년 세월이 지난 지금 수만평 뒷동산에 주력 나무 종으로 번성을 했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동안 그 누구도 이 나무를 산에 옮겨 심은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저절로 씨가 옮겨져 자란 것이다. 과연 저절로 가능할 수 있는 일일까.
주황빛 당의정을 입혀 놓은 것처럼 윤기가 도는 일본목련의 씨앗은 목련씨보다 크다. 또한 민들레 씨앗처럼 저절로 바람에 날려 옮겨졌다고 설명하기엔 무게가 제법 나간다. 그렇다면 누가 이렇게 골고루 온 산에 씨를 뿌려 나무를 번성하게 했을까.
유심히 관찰해 보면 새들의 소행이라는 것을 금세 눈치챌 수 있다. 특히 참새목 직박구릿과의 우리나라 텃새인 직박구리가 이 씨앗을 특별히 좋아한다.
직박구리는 중부 이남에서 번식하는 새로, 여름철에는 주로 잠자리 등 곤충이나 감 등의 열매를 쪼아 먹다가 늦가을 이후 먹잇감이 없어지면 일본목련나무 결과(結果)에 보석처럼 박힌 예쁜 씨앗을 빼먹고 숲 여기저기에 똥을 싼다.
오래전 어머니가 심은 일본목련 한그루가 뒷동산의 주종 나무가 된 배경에는 이 직박구리들이 싼 똥, 특히 새의 위를 통과하면서 산(酸)처리까지 되어 나와 발아율이 높아진 종자의 힘이 숨겨져 있다. 사뭇 새들이 만들어 내는 생명의 조화에 감탄하다가 이게 다 새들만이 만들어 낸 조화일까 생각해 본다.
일본목련나무는 봄부터 탐스럽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 벌·나비를 유도하여 충매(蟲媒)작용을 촉진시킨다. 그리고 자신의 종자에 새들이 좋아하는 주홍빛 과육을 입혀 직박구릿과의 새들을 끊임없이 유혹한다.
모수(母樹) 밑에 씨앗이 떨어지면 그늘 아래 온전한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나무는 자신들의 자식들을 넓은 땅으로 내보내려고 온갖 지혜를 다 동원한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식물인 일본목련나무가 ‘나는’ 생물인 조류까지 자신의 고도화된 설계 속에 넣고 뜻을 이루는 모습에 사뭇 감탄할 뿐이다. 식물세상의 설계가 인간세상의 설계보다 한수 위라는 생각이 든다.
[홍사종의 상상칼럼] 뒷동산 일본목련나무의 비밀
미래상상연구소 대표 (sjhong@sm.ac.kr)
후박나무는 잎이 상록성이며 15㎝ 정도이고 꽃은 잎줄기 사이에 모여 달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반면 일본이 원산지인 일본목련의 잎은 40㎝ 크기의 낙엽성이다.
아무튼 법정 스님까지 후박나무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 이 일본목련이 필자의 집 경기도 화성 뒷동산에서 왕성한 번식을 하고 있다. 개화기인 5월 말과 6월 초순이면 마치 고급향수를 뿌려 놓은 것처럼 그윽한 향내를 골짜기에 뿜어 낸다.
아카시아나무가 금방 질리는 향기라면, 일본목련꽃 향기는 귀부인의 고고한 향취를 닮았다. 하얀 꽃송이가 수줍은 새색시처럼 크고 싱그러운 이파리에 몸을 숨긴 채 풍겨 내는 향기 위에 박새·꾀꼬리 등의 새소리가 살짝 얹혀지면 그 후각과 청각·시각이 어우러 내는 몽환적 분위기는 속세를 잊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그런데 이 놀라운 판타지아를 만들어 낸 일본목련나무들의 번성은 필자의 어린 시절만 해도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어머니에 의해 심어지고 어머니가 후박나무라고 잘못 가르쳐 준 일본목련나무는 딱 한그루만 집 뒤란에서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50여년 세월이 지난 지금 수만평 뒷동산에 주력 나무 종으로 번성을 했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동안 그 누구도 이 나무를 산에 옮겨 심은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저절로 씨가 옮겨져 자란 것이다. 과연 저절로 가능할 수 있는 일일까.
주황빛 당의정을 입혀 놓은 것처럼 윤기가 도는 일본목련의 씨앗은 목련씨보다 크다. 또한 민들레 씨앗처럼 저절로 바람에 날려 옮겨졌다고 설명하기엔 무게가 제법 나간다. 그렇다면 누가 이렇게 골고루 온 산에 씨를 뿌려 나무를 번성하게 했을까.
유심히 관찰해 보면 새들의 소행이라는 것을 금세 눈치챌 수 있다. 특히 참새목 직박구릿과의 우리나라 텃새인 직박구리가 이 씨앗을 특별히 좋아한다.
직박구리는 중부 이남에서 번식하는 새로, 여름철에는 주로 잠자리 등 곤충이나 감 등의 열매를 쪼아 먹다가 늦가을 이후 먹잇감이 없어지면 일본목련나무 결과(結果)에 보석처럼 박힌 예쁜 씨앗을 빼먹고 숲 여기저기에 똥을 싼다.
오래전 어머니가 심은 일본목련 한그루가 뒷동산의 주종 나무가 된 배경에는 이 직박구리들이 싼 똥, 특히 새의 위를 통과하면서 산(酸)처리까지 되어 나와 발아율이 높아진 종자의 힘이 숨겨져 있다. 사뭇 새들이 만들어 내는 생명의 조화에 감탄하다가 이게 다 새들만이 만들어 낸 조화일까 생각해 본다.
일본목련나무는 봄부터 탐스럽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 벌·나비를 유도하여 충매(蟲媒)작용을 촉진시킨다. 그리고 자신의 종자에 새들이 좋아하는 주홍빛 과육을 입혀 직박구릿과의 새들을 끊임없이 유혹한다.
모수(母樹) 밑에 씨앗이 떨어지면 그늘 아래 온전한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나무는 자신들의 자식들을 넓은 땅으로 내보내려고 온갖 지혜를 다 동원한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식물인 일본목련나무가 ‘나는’ 생물인 조류까지 자신의 고도화된 설계 속에 넣고 뜻을 이루는 모습에 사뭇 감탄할 뿐이다. 식물세상의 설계가 인간세상의 설계보다 한수 위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