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레이디경향 2014년 7월호 [정덕희의 사람 향기가 있는, 고택]옥란재-상상력, 연꽃과 피어오르다

옥란문화재단
201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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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경향 2014년 7월호

[정덕희의 사람 향기가 있는, 고택]옥란재-상상력, 연꽃과 피어오르다


옥란재는 생명력이 넘치는 고택이다. 정원에서는 네 마리의 오리가 꽥꽥거리며 줄지어 다니고 마구간에서는 ‘그림이’라는 이름을 가진 말이 잊을 만하면 기척을 낸다. 살아 있는 것은 비단 움직이는 것만이 아니듯 마당에는 붉은 보리수가 익어가고 푸른 연못에 연꽃이 피어오른다. 연못가 창포도 슬슬 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옥란재의 여름, 꿈결이라기엔 무척이나 생생하다.

[정덕희의 사람 향기가 있는, 고택](7) 옥란재 - 상상력, 연꽃과 피어오르다

[정덕희의 사람 향기가 있는, 고택](7) 옥란재 - 상상력, 연꽃과 피어오르다

자연과 예술이 녹아 있는 고택, 옥란재
옥란재는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고택의 주인(고택과 부동산을 옥란문화재단에 기부했다)이자 관리자인 미래상상연구소의 홍사종(59) 대표는 닭장이었던 공간을 카페로 둔갑시키고 애마를 위한 마구간을 손수 지었다. 어린 자녀들을 위해 그가 만들었던 오두막은 이제 더 이상 주인의 발길이 닿지 않지만 숲 속 산책길에 더없이 어울리는 풍경이 돼준다. 홍 대표가 집을 짓거나 목공을 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것이, 작년에는 목공을 배운 지인들과 함께 ‘명사들의 목수열전’이라는 근사한 전시회도 열었다고 한다. 마당 한편에는 그의 작업장으로 활용되는 비닐하우스가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옥란재는 남양 홍씨인 홍 대표의 고향 땅에 3대가 지켜온 고택이다. 예쁜 당호는 그의 어머니의 호를 빌려 이후에 붙여졌다. 집터와 규모를 보아 당대를 휘어잡았을 법한 세력가의 집안임이 뻔히 보이지만 홍 대표는 쉬이 선대 벼슬 자랑을 하지 않는다.

“얼마나 세력을 얻고 부를 쌓았는가가 명문가에 대한 가치 판단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도왔는가, 또 얼마나 사회에 기여를 했는가’가 양반의 조건이에요. 그런 면에서 요즘은 누구나 양반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니 권력이나 벼슬에 연연하지 말아야 해요.”

옥란재를 찾아가는 길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주변 길이 제대로 닦인 것도 아니요, 가는 길에는 작은 이정표도 찾을 수 없었다. 굽이굽이 좁은 길을 가다 지나쳐버려 다시 돌아와서야 제대로 찾을 수 있었다. 일부러 찾아도 찾기 힘든 곳. 옥란재는 마치 전생의 인연으로 어쩌다가 알게 돼 발길이 닿는, 그런 곳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정덕희의 사람 향기가 있는, 고택](7) 옥란재 - 상상력, 연꽃과 피어오르다

[정덕희의 사람 향기가 있는, 고택](7) 옥란재 - 상상력, 연꽃과 피어오르다

“시(市)에서도 길을 닦아주겠다, 가로등을 세워주겠다며 많은 제안을 했지만 거절했어요. 호젓이 찾아온 방문객에게 개인적인 공간을 내어주기 위해서지요. 방문객뿐 아니라 주말이면 내려와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저를 위해서도 독립된 공간이었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는 태어나 초등학교 때까지 이곳에서 생활했다. 중학교부터는 서울로 유학길에 올랐지만 주말이나 방학이면 어김없이 집으로 향했다. 늘 독특한 시각과 발상으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그의 상상력의 원천은 바로 이곳, 옥란재였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마당에 있는 오래된 나무 위에 남양만이 보이는 집이 있었어요. 그곳은 제 놀이터였죠. 나무 사다리 하나로 지상과 천상으로 분리된 특별한 공간의 매력은 아는 사람만 알 거예요. 「잭과 콩나무」처럼 저는 그 위에 올라 온갖 경이로운 세상과 만났지요. 몰래 숨겨둔 만화책을 읽거나 머슴방에서 훔쳐온 궐련을 빨아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쳤어요(웃음).”

정동극장장, 경기도문화예술회관 관장, 대학교수를 거쳐 미래상상연구소 대표까지…. 그는 창조적 발상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치열하게 살아왔고 이순을 바라보는 시점, 자연의 순리를 알아가면서 이제 자신은 회귀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의 보금자리인 옥란재 어느 곳 하나 그의 손길이 묻어나지 않은 곳이 없다.

“고택 구석구석 제가 모두 관리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믿지 않아요. 정원의 풀 한 포기, 과실나무 한 그루 제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거든요. 틈틈이 뒷산에 블루베리 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대접받은 찻잔에 새초롬히 띄워놓은 블루베리 이파리 하나. 그의 작품이었다.

[정덕희의 사람 향기가 있는, 고택](7) 옥란재 - 상상력, 연꽃과 피어오르다

[정덕희의 사람 향기가 있는, 고택](7) 옥란재 - 상상력, 연꽃과 피어오르다

어머니, 이재복 여사 이야기
고택과 더불어 홍 대표의 또 다른 상상력의 원천은 바로 어머니였다. 옥란 이재복 여사는 구순임에도 독서를 삶의 낙으로 삼고 도올 강좌에 열광하는, 끊임없는 탐구자다. 아들에게는 인생의 조언자이기도 하다.

“한때 제가 정치를 할 뻔한 적이 있어요. 그때 어머니는 ‘권력 즐기지 마라’라고 일침을 놓으시더라고요. ‘권력은 섬광과 같아서 본인과 주변인의 눈을 멀게 한다. 은은하게 빛을 내면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짜 권력이다’라고 말씀하셨죠.”

‘문화를 사랑하고 사회를 두루 어루만지며 살아가라’. 그가 늘 가슴속에 새기고 살아갈 어머니의 말씀이다. 홍 대표는 책장에서 모란이 곱게 그려진 두 권의 책을 내놓는다. 「금강경」과 「지장경」이라고 적혀 있다.

“어머니는 76세와 81세에 아버지와 부부싸움을 하시고 이혼의 위기를 맞으셨어요. 그 마음을 삭이며 「금강경」과 「지장경」을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것을 모아 제가 책으로 만들었죠. 어머니는 소학교만 나왔지만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아버지보다 훨씬 지혜로우셨어요.”

독서는 나이와 무관하게 생각을 키운다. 이 여사의 의식이 세련되고 편견에서 자유로운 이유다.

[정덕희의 사람 향기가 있는, 고택](7) 옥란재 - 상상력, 연꽃과 피어오르다

[정덕희의 사람 향기가 있는, 고택](7) 옥란재 - 상상력, 연꽃과 피어오르다

“제 딸이 중국 칭화대를 나왔어요. 가족과 식사를 하다가 ‘나, 중국인하고 결혼하면 어떨까?’라고 묻더군요. 제가 아무 생각 없이 ‘다 좋은데, 흑인만은 안 돼’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랬더니 ‘그게 무슨 소리냐’라며 어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지셨죠. ‘흑인은 사람이 아니냐? 그 따위 소리 하지 말아라’라고 말이죠.”

5남매 중 어머니를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은 홍 대표다. 생동감 넘치고 끈끈한 그의 필력도, 낭만과 풍류가 넘치는 성품도, 모두 어머니의 것이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어요. 학창 시절 고개 너머의 선생님 댁에서 공부하고 밤이 돼서야 집으로 왔거든요. 그 길에는 상여집이 하나 있었죠. 어린 마음에 그게 너무 무서웠어요. 그걸 알고 어머니는 고개 정상까지 고쟁이를 밤이슬에 적셔가며 저를 마중 나오셨어요. 바들바들 떨고 있을 자식을 위해 ‘아들~ 아들~’ 하고 소리치며 말이죠. 마침내 어머니를 만나면 참으로 반가웠지만 한편 ‘혹시 백 년 묵은 여우가 엄마로 둔갑한 것이 아닌지’ 하고 어머니의 엉덩이를 자꾸 곁눈질했던 기억이 나요(웃음).”

어머니는 혈혈단신 내 아이, 한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일념으로 작은 등불에 의지해 매일 고개를 넘었다. 그렇게 모든 어머니들은 작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존재가 아닐까.

[정덕희의 사람 향기가 있는, 고택](7) 옥란재 - 상상력, 연꽃과 피어오르다

[정덕희의 사람 향기가 있는, 고택](7) 옥란재 - 상상력, 연꽃과 피어오르다

그가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
홍 대표는 요즘 ‘인문학자’ 대신 ‘나무 박사’라고 불린다. 옥란재 숲길을 걸으며 나무 강좌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라는 자연과학적 주제에 그만의 인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재미가 쏠쏠하다. ‘다람쥐의 묻는 습성을 이용한 밤나무의 번식’, ‘조선 소나무가 미국 소나무를 이긴 사연’, ‘아까시나무와 박정희, 권력의 흥망성쇠’. 나무의 일생은 묘하게 우리네 인간사와 닮아 있다. 그는 특히 나무 강좌를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에게 들려줄 기회를 많이 만들고 있다.

“영국 버밍엄대학에 1년 동안 교환교수로 간 적이 있어요. 버밍엄은 공업도시라 파키스탄과 인도 노동자들이 많았어요. 당시 폭동이 일어나 저도 화염병 세례를 많이 받았죠. 과거 신분제도가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사회적 계층은 분명 존재합니다. 부를 축적한 이들이 상류층이라면 지금의 하층민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에요. 그들을 품고 교감해야 우리의 삶도 안정적이고 행복해집니다.”

1 이날은 서울 삼선초등학교의 아이들이 옥란재의 숲길을 걸으며 생체학습을 하고 있다. 2 ‘모든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다’라며 손수 그림을 그리며 손가락그림 강의를 하고 있는 김병종 교수. 3 나무와 인간, 나누고 배려하는 유기적 생명공동체를 재밌는 이야기로 풀고 있는 홍사종 대표.

1 이날은 서울 삼선초등학교의 아이들이 옥란재의 숲길을 걸으며 생체학습을 하고 있다. 2 ‘모든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다’라며 손수 그림을 그리며 손가락그림 강의를 하고 있는 김병종 교수. 3 나무와 인간, 나누고 배려하는 유기적 생명공동체를 재밌는 이야기로 풀고 있는 홍사종 대표.

자연과 생태가 살아 있는 옥란재야말로 아이들의 감성을 키우는 데 적합한 공간이다. 숲 강좌와 함께 아이들을 위한 손가락 그림학교도 열린다. 강의는 그의 절친한 친구인 미술가이자 철학자 서울대 김병종 교수가 이끈다. 미술계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현대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분명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을 터인데 손가락 학교 일정이 생길 때마다 기쁘게 옥란재로 달려온다.

“제 호가 단아, ‘아침 단(旦’)에 ‘아이 아(兒)’ 자예요. 눈을 떠서 늘 새로운 것을 보는 아이의 심성이란 뜻이지요. 손가락 학교 강의는 7년째 하고 있지만 그 어떤 강의보다 즐거워요. 아이들과 교류하고 저 또한 그 안에서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홍 대표는 정면을 바라보는 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단순히 바람이 부는 것을 느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는 아이들이 바람의 살결을 만질 수 있는, 현실에 보이지 않는 감각의 세계를 느껴주길 바란다. 그의 어머니가 그에게 해줬듯이 한 생명이 세상을 향해 용솟음칠 수 있도록! 상상력을 지펴주는 것. 옥란재 속 홍 대표의 남은 사명이다.

■기획 / 이유진 기자 ■사진 / 김성구, 안지영 ■촬영 협조 / 옥란문화재단(02-734-1233)
기획이유진 기자I사진김성구, 안지영I촬영 협조옥란문화재단(02-734-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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