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1.12.05일자 농민신문> [상상 칼럼/홍사종] 농가주택, 보물이 될 수 있다

옥란문화재단
2012-11-16
조회수 2166

[홍사종의 상상칼럼] 농가주택, 보물이 될 수 있다

미래상상연구소 대표 (sjhong@sm.ac.kr)


 

포토뉴스 듣도 보도 못한 일이 곧 벌어지게 생겼다. 모 로펌의 변호사, 중견기업인, 화가 그리고 필자는 이번 겨울 어느날을 정해 정부주도의 훈련이 아닌 우리들만의 민방위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내용은 배낭 메고 서울에서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에 있는 필자의 고향집까지 걸어서 가는 것이다. 등산복 입고 배낭 메고 남들 다 가는 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아스팔트길을 무작장 걷고 또 걸어 시골집에 도착하는 이런 훈련을 왜 하게 됐을까.


 발단은 우리들의 위기상황을 가정한 상상에서부터 비롯됐다.


 “만약 지난여름 정전사태처럼 장시간 전기가 나가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누군가의 이 말 한마디에 일행은 얼마 전 미국에서 들려온 난데없는 폭설에 따른 대정전 소식을 떠올렸다. 도시의 편리한 시스템을 일시에 무너뜨린 정전을 겪어 본 일행 중 한 사람이 “그건 지옥”이라고 말하자 이구동성 지금 우리 도시가 갖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전기가 끊어지면 수돗물도 나오지 않는다. 물이 안 나오면 씻지도 못하고 변기에 물을 내리지 못해 집 안은 악취가 진동한다. 전기밥솥은 물론 가스불도 켤 수 없기 때문에 음식도 해 먹을 수 없다. 겨울철 심야전기 등 전기난방에 의존하는 집은 그 치명성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특히 노약자만 있는 집은 혹한기에 생명을 걸어야 할 위급상황과 맞닥뜨린다.


 그런데 문명의 모든 편익을 자랑하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도시의 마비상황은 비단 정전사태 하나로만 논할 수 없다.


 지진ㆍ폭우ㆍ적의기습 등 갑작스러운 재난이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도시 가스관의 파괴와 화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쓰게 한다.


 한번 얽혀버린 차량은 사람들간의 이동도 막아버릴 것이고 가스공급의 차단은 밥 지어 먹을 연료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 것이다.


 이 지경이 되면 수백만 또는 천만의 도시인들은 추위에 떨며 음식도 먹지 못하고 마실 물조차 쉽게 구하지 못한 채 이동도 맘대로 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아파트마다 솥단지 걸어놓고 장작을 피워 밥해 먹을 상황도 아니다.


 불야성을 자랑하던 현대도시는 삽시간에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고 흉기로 돌변한다.


 ‘우리는 과연 안전한 삶의 공간에서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 있는 것일까.’ 네 남자가 도달한 화두는 여기까지다. 현대도시가 인간의 편익을 위해 기여한 점만큼 안전과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없다는 결론도 냈다.


 “지금부터라도 도시를 짓는다면, 이런 불확실성을 대비한 도시를 지어야 한다.” “1만가구 정도 규모로 에너지 자급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대단위 식수공급 체계에서 소단위 식수 자급체계로 물 공급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전기난방 이외의 페치카난방도 고려한 집을 지어야 한다.” 등등 네 남자가 쏟아낸 대안들은 꽤나 쓸만한 아이디어가 많았다.


 “그렇다면 지금 그런 조건을 가진 안전한 미래 도시가 있는가.” 법무법인 변호사의 말 한마디에 일행은 언제 닥쳐올지 모를 비상사태에 대한 다른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시골집으로 가는 거야. 대체난방이 가능한 온돌 아궁이가 있고, 밥해 먹을 솥단지가 남아 있는 그런 농가집을 찾아서 그리로 가는 거야. 만약의 사태에….”


 그리하여 우리는 필자의 농가집을 재난에 대비한 비상대피소로 정했다. 민방위 훈련은 12월이 다가기 전에 치러질 전망이다. 거기에는 우물물을 길어 올릴 수 있는 펌프와 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고, 아궁이 방과 솥단지가 있다. 시골 농가주택도 잘 보존하면 보물이 될 수 있다.


About

재단법인 옥란문화재단은 설립자 홍사종이 그의 모친 옥란 이재복 여사와 부친 홍극유 선생의 뜻을 받들어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영종이길 120-8번지 일대의 전통한옥과 아름다운 정원이 딸린 가대(家垈)를 출연 다문화가정 지원사업과 농촌사회 경제 문화 발전을 위해 공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옥란재단의 가대는 소설가 박태순 선생이, ‘한국 전통의 원림문화를 오늘의 산업 사회에 어떻게 계승할 수 있는지 살필 수 있게 하는 참으로 희귀한 녹색의 장원’이라 극찬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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