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1.07.18일자 농민신문> [상상 칼럼/홍사종]오리나무 관찰기(觀察記)

옥란문화재단
2012-11-16
조회수 609

홍사종의 상상칼럼 / 오리나무 관찰기(觀察記)

잎벌레 활동기엔…성장 일제히 멈춰…하면 이후 잎 돋아

 

포토뉴스 1970년대 한국의 민둥산에 집중적으로 심어진 나무는 아카시아나무와 리기다소나무 그리고 오리나무다. 오리나무는 아카시아나무와 마찬가지로 콩과 식물의 특성 때문에 자양이 부족한 박토(薄土)에서도 질소를 고정시키며 쑥쑥 잘 자랐다. 경기도 화성 서신면에 있는 나의 고향집 뒷산도 사태 방지용 오리나무를 심었다. 해운산 중턱까지 뻗어 올라간 오리나무 숲은 봄부터 왜가리무리가 포란하느라고 바빴고, 주변의 식생까지 풍요롭게 해줬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이 왕성한 생명력을 가진 오리나무숲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유심히 관찰해본 결과 이파리들이 벌레에 갉아먹히며 죽어가는 것이었다.


 6㎜ 정도 되는 광택이 나는 남색의 작은 벌레들이 관찰됐는데, 산림과학자 정헌관 박사의 말에 의하면 이름 하여 ‘오리나무 잎벌레’다. 이 녀석들은 오리나뭇잎 뒷면에 무수한 덩어리로 수백개의 노란색 알을 산란한다. 15일 정도 지나 유충으로 부화하면 두 번의 탈피 후 번데기로 20여일을 지내고 성충으로 우화한다.


 ‘오리나무 잎벌레’는 유충시기에도 오리나뭇잎을 열심히 갉아먹고, 7~8월 성충기에는 더욱 맹렬한 속도로 새순 옛순 가리지 않고 버짐 먹은 것처럼 잎새를 초토화시킨다.


 벌레들의 피해가 얼마나 극심한지 숲을 지나면 마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거미굴이 연상될 정도다. 그렇게 고향 산에 많던 오리나무 군락은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거의 사라져간 줄만 알았던 오리나무숲 군락이 다시 살아났다. 해마다 때만 되면 찾아오는 ‘오리나무 잎벌레’의 습격은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는데, 고향의 오리나무들은 그 필살의 습격에도 살아남는 방법을 홀로 찾아냈다.


 싱그러운 이파리들은 5월과 6월에 걸쳐 만세 부르듯 햇살을 향해 솟아오른다. 이때 낙엽 속에서 겨울을 난 성충들이 달려든다. 이 녀석들이 알을 까고, 알에서 깨어난 유충들이 잎을 갉아먹기 시작하는데, 이때는 전멸의 손상은 피한다.


문제는 번데기 이후 다시 우화된 성충이 달려드는 7~8월 달이다. 증가된 개체수의 성충들은 다른 나뭇잎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잔등을 새까맣게 드러내고 오리나뭇잎을 공격한다.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고향의 오리나무들은 성장을 일제히 멈춘다. 새순을 내지 않는 것은 물론 광합성도 멈추고 뿌리의 생장활동도 정지시킨다. 달리 저항의 방법이 없는 오리나무들은 포식자인 벌레에게 몸을 맡긴 채 형체조차 일그러진 나목의 몰골로 여름 숲에 남겨진다. 대부분 이파리가 없는 여름나무는 광합성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오리나무가 죽은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성충이 활동을 마치는 8월 말이 되면서 나무가 다시 새순을 돋아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생장을 잠시 멈춘 채 벌레가 활동하는 시기를 계산하고 재빠른 하면(夏眠)에 들어갔던 것이다.


 하면 이후 잽싸게 잎을 돋아내는데, 엽(葉) 면적도 보통 이파리보다 크다. 더욱 짙푸르러진 큰 이파리들은 여름내 부족했던 양분합성을 위해 12월 중순까지도 낙엽을 거부한 채 추위에 몸을 떨면서 광합성을 한다. 벌레의 폭압을 견디고 살아남은 고향집 뒷동산 오리나무의 생에 대한 나의 관찰기다.


 사람들은 의식 없이 죽어 가는 사람을 향해 ‘식물인간’이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만약 우리의 지혜로운 식물인 오리나무가 오만무도한 인간들의 이 말을 듣는다면 뭐라 할지 그게 궁금하다.


About

재단법인 옥란문화재단은 설립자 홍사종이 그의 모친 옥란 이재복 여사와 부친 홍극유 선생의 뜻을 받들어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영종이길 120-8번지 일대의 전통한옥과 아름다운 정원이 딸린 가대(家垈)를 출연 다문화가정 지원사업과 농촌사회 경제 문화 발전을 위해 공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옥란재단의 가대는 소설가 박태순 선생이, ‘한국 전통의 원림문화를 오늘의 산업 사회에 어떻게 계승할 수 있는지 살필 수 있게 하는 참으로 희귀한 녹색의 장원’이라 극찬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Location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영종이길 120-8
Kakao   ↘ Naver   ↘ Google

Bank
농협 301-0163-1289-41 옥란문화재단


Reservation

010-2705-6206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