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종의 상상칼럼 / 산림자원을 ‘향기목욕장’으로 …
미래상상연구소 대표 홍사종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은 정보화 사회가 도래한 이후 소유(possession)를 팔던 시대가 끝나고 접촉(contact)를 파는 시대가 왔음을 예고한 책이다. 물건을 팔기보다는 물건 속에 담긴 ‘이야기’와 ‘꿈’을 팔아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뜻인데, 산지(山地)에 나무를 심어 목재로 팔아 왔던 독림가(篤林家)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나무를 40~50년 재배하여 목재로 팔아 왔던 우리의 독림가들은 외국산 목재의 대량 유입으로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 와중에서 성공한 독림가가 어느 일간지에 소개됐는데, 성공사유는 목재를 판 것이 아니라 휴양림을 조성하여 사람들에게 입장료를 받고 휴식을 판 경우다. 숲 해설가를 동원하여 학생은 물론 가족 방문객들에게 숲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까지 들려줬더니 나무를 파는 것보다 더 큰 수입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나무를 팔면 팔수록 소유는 줄어들지만, 체험을 팔아 얻는 소득은 잃어 버릴 것이 없다. 숲은 더 잘 가꾸어지고 푸르러지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문명화될수록 인간의 숲에 대한 갈망은 더 커지게 마련이니까 휴양림산업은 요즘 뜨는 미래산업 중 하나다.
피톤치드와 산소를 다량으로 뿜어내는 숲의 효용성을 뒤늦게 인지한 각 지방자치단체들과 많은 산주도 가세해 여기저기 휴양림을 꾸미며 입장객을 유치하고 있다.
잘 가꾸어진 계곡과 숲에 가면 통나무집과 몽골텐트·야영장소가 즐비하다. 인공수목원을 조성하여 볼거리를 추가한 곳까지 있지만 사람들의 꿈과 산림자원을 접목시킨 아이디어는 여기까지가 한계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육종학자인 정헌관 박사는 일본 후지산 언저리에 다양한 향기를 내뿜는 꽃나무를 심어 놓고 아로마 테라피(향기치료)를 시도하는 치료림(治療林)을 발견했다. 재미있는 것은 들어갈 때와 나갈 때 입장객의 호흡 속에서 생리활성물질을 수치로 재어 보여 준다는 것이다. 대부분 화훼류인 허브식물원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아이디어다. 큰 야생의 숲 속에다가 인체에 유용한 3차원 상품인 향기를 입히니 입장료도 일반 휴양림의 두배다.
지금 정부에서는 비경제림으로 판명된 리기다소나무림을 베어내는 수종갱신사업을 펼치고 있다.
시·군으로부터 예산을 받아 그 시행을 맡은 산림조합은 목재로 가치 있는 조선소나무·백합나무 혹은 수액을 팔수 있는 고로쇠나무 등 소유를 파는 생산방식만 산주에게 권하고 있다.
산지를 잘 활용하면 부족한 식량을 보충하는 식량창고 역할을 담당하게 할 수 있다. 수종을 잘 선택하면 견과류나 유실수뿐만 아니라 목재 및 밀원으로서도 생산성이 높다. 숲의 천이 과정으로 어쩔 수 없이 사라져 가는 현재의 주요 밀원 아카시아나무 대신 때죽나무·백합나무·일본목련·쪽동백·헛개나무·음나무 등 그윽한 향기를 입히는 밀원식물을 심는다면 밀원 대체 효과도 크다.
이들 나무의 꽃향기는 벌들이 좋아하지만, 도시인의 찌든 심신을 향기욕으로 보듬는 약리 효과가 크다는 것이 산림과학자들의 견해다.
산주들은 소유를 파는 정부의 산림정책에 무조건 따를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산림을 부분적으로 보존(침엽수와 활엽수 혼합림으로)한 채 목재와 밀원, 나아가 아로마 테라피 효과까지 볼 향기수목을 심어 숲을 아름답게 가꿔 볼 일이다.
산림이 3차원의 향기욕장으로 진화할 날도 멀지 않았다.
미래상상연구소 대표 sjhong@sm.ac.kr
홍사종의 상상칼럼 / 산림자원을 ‘향기목욕장’으로 …
미래상상연구소 대표 홍사종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은 정보화 사회가 도래한 이후 소유(possession)를 팔던 시대가 끝나고 접촉(contact)를 파는 시대가 왔음을 예고한 책이다. 물건을 팔기보다는 물건 속에 담긴 ‘이야기’와 ‘꿈’을 팔아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뜻인데, 산지(山地)에 나무를 심어 목재로 팔아 왔던 독림가(篤林家)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나무를 40~50년 재배하여 목재로 팔아 왔던 우리의 독림가들은 외국산 목재의 대량 유입으로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 와중에서 성공한 독림가가 어느 일간지에 소개됐는데, 성공사유는 목재를 판 것이 아니라 휴양림을 조성하여 사람들에게 입장료를 받고 휴식을 판 경우다. 숲 해설가를 동원하여 학생은 물론 가족 방문객들에게 숲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까지 들려줬더니 나무를 파는 것보다 더 큰 수입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나무를 팔면 팔수록 소유는 줄어들지만, 체험을 팔아 얻는 소득은 잃어 버릴 것이 없다. 숲은 더 잘 가꾸어지고 푸르러지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문명화될수록 인간의 숲에 대한 갈망은 더 커지게 마련이니까 휴양림산업은 요즘 뜨는 미래산업 중 하나다.
피톤치드와 산소를 다량으로 뿜어내는 숲의 효용성을 뒤늦게 인지한 각 지방자치단체들과 많은 산주도 가세해 여기저기 휴양림을 꾸미며 입장객을 유치하고 있다.
잘 가꾸어진 계곡과 숲에 가면 통나무집과 몽골텐트·야영장소가 즐비하다. 인공수목원을 조성하여 볼거리를 추가한 곳까지 있지만 사람들의 꿈과 산림자원을 접목시킨 아이디어는 여기까지가 한계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육종학자인 정헌관 박사는 일본 후지산 언저리에 다양한 향기를 내뿜는 꽃나무를 심어 놓고 아로마 테라피(향기치료)를 시도하는 치료림(治療林)을 발견했다. 재미있는 것은 들어갈 때와 나갈 때 입장객의 호흡 속에서 생리활성물질을 수치로 재어 보여 준다는 것이다. 대부분 화훼류인 허브식물원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아이디어다. 큰 야생의 숲 속에다가 인체에 유용한 3차원 상품인 향기를 입히니 입장료도 일반 휴양림의 두배다.
지금 정부에서는 비경제림으로 판명된 리기다소나무림을 베어내는 수종갱신사업을 펼치고 있다.
시·군으로부터 예산을 받아 그 시행을 맡은 산림조합은 목재로 가치 있는 조선소나무·백합나무 혹은 수액을 팔수 있는 고로쇠나무 등 소유를 파는 생산방식만 산주에게 권하고 있다.
산지를 잘 활용하면 부족한 식량을 보충하는 식량창고 역할을 담당하게 할 수 있다. 수종을 잘 선택하면 견과류나 유실수뿐만 아니라 목재 및 밀원으로서도 생산성이 높다. 숲의 천이 과정으로 어쩔 수 없이 사라져 가는 현재의 주요 밀원 아카시아나무 대신 때죽나무·백합나무·일본목련·쪽동백·헛개나무·음나무 등 그윽한 향기를 입히는 밀원식물을 심는다면 밀원 대체 효과도 크다.
이들 나무의 꽃향기는 벌들이 좋아하지만, 도시인의 찌든 심신을 향기욕으로 보듬는 약리 효과가 크다는 것이 산림과학자들의 견해다.
산주들은 소유를 파는 정부의 산림정책에 무조건 따를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산림을 부분적으로 보존(침엽수와 활엽수 혼합림으로)한 채 목재와 밀원, 나아가 아로마 테라피 효과까지 볼 향기수목을 심어 숲을 아름답게 가꿔 볼 일이다.
산림이 3차원의 향기욕장으로 진화할 날도 멀지 않았다.
미래상상연구소 대표 sjhong@s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