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0.07.26일자 농민신문> [상상 칼럼/홍사종]느림·감성의 사회와 농산물

옥란문화재단
2012-11-16
조회수 469

홍사종의 상상칼럼 / 느림·감성의 사회와 농산물

미래상상연구소 대표 홍사종


 

포토뉴스


 

한때 엔도르핀 호르몬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시대가 있었다. 1980년대 재미 의학자 이상구 박사의 엔도르핀 이론이 텔레비전을 비롯한 매스미디어를 타고 인기 상승을 하던 때의 이야기다.

기쁨과 적당한 흥분의 에너지를 상징하는 뇌신경 전달물질인 엔도르핀의 중요성에 온 사회가 공감을 일으키던 시기, 한국사회는 고도성장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었다. 당시의 연평균 성장률이 8%대였다는 것만 보아도 구미 선진국가의 2.5%대에 비해 우리나라가 얼마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해 왔는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한국사회의 최고 가치와 선은 생산성과 성장 중심에 맞춰졌다.

농산물의 생산성도 성장사회의 패러다임에 맞춰졌다. 양계장의 닭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성적 흥분상태를 유지시키는 백열전구의 불빛 세례를 받으며 매일 같이 알을 낳았다. 깻잎조차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밤에 잠을 재우지 않고 키우는 곳이 많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닭과 깻잎이 신경과민에 시달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늘어난 농약 소비량만큼 생산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거꾸로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비환경적이고 신경과민(?)에 시달린 ‘잠 못 잔 농산물’을 먹어야 했다.

엔도르핀 과잉 사회는 내부적인 에너지를 못 이기고 부작용이 돌출됐다. 부동산시장의 과열과 광우병 파동에 이어진 촛불시위, 막장 드라마 열풍, ‘총 맞은 것처럼’ 같은 초자극적 가사의 가요가 아니면 히트가 불가능한 대중가요계…. 그렇지만 성난 사회도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중독적 성향까지 있다는 엔도르핀 호르몬이 지나치면 이를 차분히 가라앉혀 주고 성찰을 가능하게 해 주는 뇌신경물질인 세로토닌 호르몬이 작용하듯, 맹목적인 질주를 거듭하던 세상도 멈칫 뒤를 돌아봤다.

늙은 소와 할아버지의 인연이 잔잔하게 그려진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수백만 관객을 모았고, 치매 걸린 노모의 이야기를 통해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150만부나 팔린 사례는 변한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읽게 해 준다. 사람들은 ‘배불리 먹고 막 노는 삶’이 아닌 ‘잘 먹고 잘 노는’ 삶을 동경한다.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시인의 두문장짜리 시 〈그 꽃〉에서 읽을 수 있듯, 생산성의 고지를 향해 달려가던 사람들이 멈칫 제자리에 서서 차분하게 숨쉬기운동을 하는 모습은 사회가 이미 세로토닌 시대로 변모했음을 말해 준다. 양계장 달걀은 옛날 옛적에 암탉·수탉이 서로 짝짓고 낳은 달걀의 따듯한 이야기가 담긴 수정란·영양란 등의 시장으로 변했다. 시장에는 천적으로 키워낸 농산물이 별도의 ‘이야기 값’을 받으며 판로를 넓혀 가고 있는데, 이의 규모에 놀란 정부는 곤충산업육성법까지 제정하며 변한 시장의 흐름을 쫓기에 바쁘다. TV에서는 매일 웰빙의 삶을 화두로 삼고 있고, 가파른 등산보다 시골 정취가 물씬 풍기는 옛길을 느리게 걷는 하이킹도 유행을 타고 있다. 경제적 풍요가 지속되면 사회의 세로토닌 효과가 더 증대되리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농업인들도 이런 사회 변화의 흐름을 읽고 농산물의 생산전략과 아이디어를 짤 일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의 아이디어는 어떨까. 비닐하우스에서 밤새도록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쬐며 탄소동화작용을 계속해야 하는 ‘잠 못 잔 깻잎’ 시장과 차별화하여 ‘잠 푹 잔 깻잎’을 생산해서 훨씬 비싸게 파는 전략 말이다.

미래상상연구소 대표 sjhong@sm.ac.kr



About

재단법인 옥란문화재단은 설립자 홍사종이 그의 모친 옥란 이재복 여사와 부친 홍극유 선생의 뜻을 받들어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영종이길 120-8번지 일대의 전통한옥과 아름다운 정원이 딸린 가대(家垈)를 출연 다문화가정 지원사업과 농촌사회 경제 문화 발전을 위해 공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옥란재단의 家垈는 소설가 박태순 선생이, ‘한국 전통의 원림문화를 오늘의 산업 사회에 어떻게 계승할 수 있는지 살필 수 있게 하는 참으로 희귀한 녹색의 장원’이라 극찬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Location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영종이길 120-8

↗ Google       ↗ Kakao       ↗ Naver 


Bank

농협 301-0163-1289-41 옥란문화재단


Reservation

010-2705-6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