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0.08.16일자 농민신문> [상상 칼럼/홍사종]농산물에 이야기를 입히자

옥란문화재단
201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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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종의 상상칼럼 / 농산물에 이야기를 입히자

미래상상연구소 대표 홍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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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이야기전쟁중이다. 남다른 관점으로 보면 ‘이야기자원을 누가 먼저 차지할 것인가’를 놓고 세계가 각축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군수산업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는 영화산업의 본산지 할리우드에서는 지금 영화 줄거리를 멋지게 엮어낼 이야기가 부족해서 난리다. 영화의 골격을 만들어 줬던 서구의 서사자원 즉 역사·문학·전설·설화·신화를 다 쓰고 나니 상상력 또한 빈곤해져서 세계 각국의 이야기자원을 싹쓸이하고 다닌다.


1990년대부터 한국도 이야기자원 수탈 대상(?) 국가가 됐다. 우리의 인기영화였던 〈조폭마누라〉 〈달마야 놀자〉 〈시월애〉 등 15편의 리메이크(재제작)용 대본이 40만달러부터 100만달러 정도의 헐값에 팔렸다. 워너브라더스사에 50만달러에 팔린 〈시월애〉는 할리우드영화 〈레이크 하우스〉(2006)로 되돌아와 한국에서 개봉되기도 했다. 〈레이크 하우스〉는 4,6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18세기 산업혁명 시절 영국이 인도에서 면화를 싸게 사들여 면직물로 가공해 비싼 값으로 인도에 되파는 자원 수탈방식을 연상시킨다. 이야기가 힘을 발휘하게 되고 그 가치가 날로 높아지게 된 배경에는 산업사회 이후 정보혁명에 힘입은 바 크다. 경제적으로 풍요해진 인간은 어떻게 하면 잘 놀 것인가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원래 인간은 놀이를 좋아한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농경사회에서는 노는 것이 부덕이었다. 사람들은 정보화 사회가 만들어 준 물질적 풍요 덕분에 놀이에 대한 억제된 꿈을 되살려냈다.


이 놀이에 대한 꿈의 시대를 우리는 소위 문화의 시대라 일컫는다. 다양한 이야기, 좀더 기발한 상상력에 사람들이 돈을 내기 시작하자 이야기산업의 규모가 엄청나게 팽창됐다.


이 이야기가 영화 등 문화산업분야에서만 부가가치를 내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일반 제조업에도 이야기 즉 문화의 옷이 입혀지면서 값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인 제프리 존스는 “한국에서 주문자 제조방식으로 만들어진 똑같은 넥타이라도 ‘메이드 인 이탈리아’이면 35달러, ‘메이드 인 코리아’면 5달러”라며 한탄을 했다. 문화적 이미지로 이야기가 입혀진 넥타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30달러라는 것이다.


농산품도 문화의 옷을 입으면 완전히 값이 달라진다. 강원 정선에서 ‘메주와 첼리스트’ 회사를 운영하는 도완녀씨의 첼로된장은 홈쇼핑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한때 일반 양조된장보다 7배나 비싼 값에 팔렸는데도 주문량이 늘었다니 화제가 아닐 수 없다.


곡절을 모르는 이라면 ‘첼로’와 ‘된장’처럼 안 어울리는 관계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첼로된장은 명문음대를 나온 첼리스트 도완녀씨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방문객을 위해 수천개의 장독을 무대 삼아 첼로를 연주했는데, 사람들은 좋은 음악을 듣고 숙성된 된장의 맛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시골 두메산골의 정서와 낯선 서양악기 첼로가 우리 생활 속에서 된장과 허물없이 만나는 광경은 그야말로 진귀한 이야깃거리다. 한편의 이야기가 탄생됐고, 도완녀의 첼리스트된장은 문화의 옷이 입혀진 브랜드가 됐다. 물론 좋은 물과 정선된 콩, 그리고 정성으로 담긴 명품 된장이 전제됐을 때만 가능한 이야기다.


명품 농산물에 문화의 옷을 입히는 노력은 오로지 생산자의 몫일 것이다. ‘첼로’가 없다면 생산지에 얽힌 서사적 자원과 지역 문화예술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입힐 아이디어는 무한하다고 본다.


미래상상연구소 대표 sjhong@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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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옥란문화재단은 설립자 홍사종이 그의 모친 옥란 이재복 여사와 부친 홍극유 선생의 뜻을 받들어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영종이길 120-8번지 일대의 전통한옥과 아름다운 정원이 딸린 가대(家垈)를 출연 다문화가정 지원사업과 농촌사회 경제 문화 발전을 위해 공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옥란재단의 家垈는 소설가 박태순 선생이, ‘한국 전통의 원림문화를 오늘의 산업 사회에 어떻게 계승할 수 있는지 살필 수 있게 하는 참으로 희귀한 녹색의 장원’이라 극찬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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