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1.01.17일자 농민신문> [상상 칼럼/홍사종]동물복지

옥란문화재단
201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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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종의 상상칼럼 / 동물복지

우리의식 선진국에 열배 뒤처져… 좁은 공간서 성장에만 가치 척도… 구제역 파동을 새출발의 기회로


 영국 잉글랜드 중서부지역인 코벤트리에서 1년을 살았던 필자에게 가장 흔하고 낯익었던 풍경 중 하나는 고흐의 그림 속에서나 나올 듯한 전원 속에 자리 잡은 방사형 양계장의 모습이다.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스트라포드 어폰 에이번을 지나 영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농촌마을인 코츠월드까지 가는 길에는 수천평 규모의 철조망이 쳐져 있고 백설공주와 난쟁이가 살았을 법한 예쁜 계사(鷄舍)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맑은 햇살을 받으며 한가롭게 노니는 닭들은 목재로 지어진 계사에서 자고 알도 낳는다. 이런 닭이 낳은 알들은 시장에서 다른 알보다 15∼20% 비싼 값으로 팔린다.

 덴마크의 미래학자인 롤프 옌센은 그의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덴마크의 가정주부들은 동물윤리적으로 볼 때도 비윤리적인 공장형 양계 달걀보다 자연 속에서 암탉ㆍ수탉이 서로 짝짓고 낳은 달걀을 비싼 값에 산다’고 썼다. 동물에 대한 복지가 시장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동인(動因)을 만들고 있음을 알려 준 예다. 물론 영국의 닭들이 다 이렇게 방사식 전원에서 자라는 것만은 아니지만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이미 동물도 쾌적한 삶을 살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축산업을 주종으로 하는 ㅎ그룹의 ㄱ회장은 동물복지에 관한 한 우리나라가 유럽에 비해 10배나 뒤져 있음을 고백한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동물복지에 대한 축산인들의 인식이 부족했다는 반성의 뜻이다.

 이 동물복지가 요즘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구제역 파동으로 수십만마리의 소와 돼지들이 생매장되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인들까지 나서 동물복지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했다.

 정치인들의 관점은 호주나 뉴질랜드의 소들이 주로 들판에서 풀을 뜯는 반면 우리나라의 소들은 마블링 핀 고급 육질을 만들기 위해 좁은 공간에서 알곡사료 위주로 먹고 자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저하되지 않았나 하는 걱정이다. 물론 알곡사료와 구제역 발병과는 아무 관련성이 없다. 하지만 좁은 사육공간의 가축들은 짧은 생애 동안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자란다. 성장만을 성공시대의 가치척도로 자리매김해 온 그간의 생산성 일변도의 한국사회가 만들어 놓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요즈음은 깻잎도 전구 불 밑에서 잠 못 자고 계속 큰다. 심지어 돼지는 백열전등 아래서 태어나 도축되어 삶을 마감할 때까지 햇볕 한번 못 보며 산다. 먹을거리로서의 숙명을 타고났다지만 생명에 대한 우리 인간의 오만방자한 자세가 부끄러울 정도다.

 동물복지가 날로 열악해지고 있음은 생산자인 축산 농민들만의 탓도 아니다. 유럽 선진국들처럼 급격한 성장보다 진정한 삶의 행복을 찾는 소비자들의 마음자세가 더 중요하다. 구제역 파동은 그동안 구축한 우리의 축산기반을 일거에 무너뜨린 대재앙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보면 동물복지와 소비자들의 행복한 먹거리를 위한 새로운 출발의 기회일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앞두고 동물복지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생명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을 공포하는 법률인데, 사육동물의 쾌적한 삶을 위한 면적의 제한이나 위생 등 규제를 포함하고 있다. 축산물 생산업체 ㅎ그룹도 급변하는 시장의 수요에 맞춰 우사ㆍ돈사시설 등에 정부 규정에 맞는 동물복지를 구현하고 있고, 방사형 양계를 일부 준비하고 있다.

 “앞서 가는 사람들은 문제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습니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의 재앙으로 최대 시련을 맞이한 ㅎ그룹 ㄱ회장의 말이다.

미래상상연구소 대표

sjhong@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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